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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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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픈 자화상
  • 김광호
  • 승인 2024.10.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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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교육칼럼니스트

그리스 신화 속 에코와 나르키소스는 자아의 상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에코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만을 되풀이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렸고,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돼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하다가 결국 고독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은 모두 자기중심적 삶의 결과로 비극을 맞이했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중에는 에코처럼 남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많은 학생은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의 기준을 따르며, 자신의 목소리 대신 남의 기준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신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끼며, 남의 목소리만 되풀이하는 삶을 산다.

한편 나르키소스는 자기애에 빠져 자신의 모습에만 집착한 인물로, 이는 오늘날 자기중심적인 성공과 외적인 성취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성적, 입시, 학벌, 직장 등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자 하는 풍토가 매우 강하다.

SNS에서는 자신을 꾸미고 보여주기에만 몰두하며, 타인의 인정과 시선을 기준으로 자기애를 충족시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자신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는 일은 소홀히 하며,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지 못한 채 끊임없이 외적인 성취에 매달린다.

결국 에코와 나르키소스 모두 자아를 상실한 채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듯이,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학생들은 성적과 학벌이라는 외부의 잣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고, 나르키소스처럼 자기애에 빠진 사람들은 내면을 돌보지 못한 채 고립과 공허함 속에서 방황한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과도한 경쟁 구조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이다. 우리는 에코처럼 남의 기준에 얽매여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도, 나르키소스처럼 외적인 성취에만 몰두하다 자아의 본질을 상실하는 것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마주한 슬픔과 비극은 바로 이 두 극단의 끝에서 서성이다가 자아를 상실하는 데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아야 하며 자아도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 또한 멈추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남기며, 자아를 성찰하는 것이 삶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하면 우리는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며, 자신의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아의 아픔과 기쁨 그리고 내면의 고독까지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슬픔과 비극도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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