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실패는 단순한 끝이 아니라, 분명 더 나은 희망을 향한 과정일 거야.
오늘 아침 뉴스에 주목하자. 토끼가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또 졌다는 소식이다.
“토끼, 신체조건은 출중하지만 오만방자하다”라는 제목으로 첫머리를 장식했다. 독자의 한 줄 평도 눈에 띈다. “그러면 그렇지. 능력만 믿고 우쭐대기만 한 토끼가 이길 수 있겠어.”
삶은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우린 그 길을 완주해야 할 숙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 길은 얄밉고도 고마운 친구다. 그는 고통, 시련, 좌절, 희망, 이상, 행복 등 수많은 보물이 숨겨놓고 보여주지 않는다. 천천히 동행하면서 선물을 하나씩 던져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선물은 쓰면서도 달콤하다. 쓴 것 같은데 달고, 단 것 같은데 쓰다. 정말 그 주어진 길은 멀리하기엔 정말 아까운 친구이다.
많은 사람은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빨리 달리는 토끼와 느리게 걷는 거북이는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토끼는 경주 중간에 자신의 우월함을 믿고 게으름을 피우지만, 거북이는 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토끼는 장단을 단점으로 바꿔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우리의 삶은 수학 공식이 아니다. 경기에서 한번 졌다고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한번 이겼다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죽음이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 출판될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토끼는 경기에서 진 후에도 반성은커녕 생각 없는 삶을 살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거북이가 토끼에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선물했다. 토끼는 그 책에서 주인공 산티아고를 만났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편안한 일상을 포기하고 모험과 도전의 길을 떠난 그와 마주쳤다. 그가 겪고 있는 길은 마치 거북이의 느리고 꾸준한 발걸음을 연상시켰다.
토끼는 산티아고가 여행 도중 여러 번의 시련을 극복하는 장면을 눈여겨보았다. 토끼는 주인공이 재산을 도둑맞고, 사막에서 길을 잃으며 수많은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긍정적인 마음에 매료되었다.
토끼는 혼자 중얼거렸다.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산티아고나 거북이처럼 도전정신이 필요해. 당연히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거야. 고통과 좌절 그리고 실패가 뒤따를 수 있겠지만, 이것을 헤쳐 나가는 그들의 세계관을 따르고 싶어. 실패는 단순한 끝이 아니라, 분명 더 나은 희망을 향한 과정일 거야.
주인공이 삶에서 보여주었듯,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성장할 수 있을 거야. 거북이도, 산티아고도 여러 아픔을 성실과 열정으로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었잖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우리도 삶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거북이나 산티아고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때론 처음으로 걸어가는 길이기에 두렵겠지만 도중에 마주하게 될 질곡과 환희의 순간이 삶에서 큰 밑천이 될 것이다.
며칠 뒤 특종 뉴스가 신문을 도배했다. “토끼가 전국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했다”라는 머리말 제목이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삶의 현장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만 삶에 대하는 겸손과 고마움만 있을 뿐이다.
거북이여! 산으로 걸어가라. 토끼여! 바다로 달려가라. 그게 삶이며 그것이 자아를 찾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