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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취득 재미에 공부 늦바람난 사무관" 화제

목포공고 강동식 행정실장, 건축도장기능사·전기기능사 자격 취득 '한 번 시작한 거 끝 봐야겠다 결심' 주경야독하며 공부에 매진 전기기능사 필기 75점, 실기 94점 높은 점수 받으며 합격 영광

2021-01-04     김두헌 기자
강동식 목포공고 행정실장

[호남교육신문 김두헌 기자] 오는 7월 공로연수에 들어가고 6개월 후인 12월 정년퇴직을 하게 되니 1981년 4월 25일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40년 넘게 국록(國祿)을 먹었다. 

전남 진도 의신면 금갑리에서 가난한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마저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도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장학생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없이 입학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동안 가정경제가 호전 될리 만무했다. 급기야 졸업 시즌이 다가왔고 일부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판단이 안돼 고민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을 무렵, 고 3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로 호출했다. 구원의 손길이었다.

‘전라남도교육청 행정직 공개채용 시험이 공고됐으니 한번 응시해 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망설임 없이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그렇게 40년 세월을 보냈다. 강동식 목포공고 행정실장 이야기다. 정년퇴임이 눈앞이고 흘러가 버린 세월이 야속해 평소 좋아하던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최근 기자의 귀에 수상한 소식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지만 강 사무관님이 자격증 취득에 매진해 대인관계를 절단하고 공부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고 있다는 것’. 처음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분이 코로나19로 격절(隔絶)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야말로 뻘쭘해서 공부시늉만 내다 그만둘 것이라고 예단(豫斷)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일 먼저 지난 2020년 8월 25일 지게차 운전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지게차 운전기능사 시험은 실기시험에 불합격해 2021년 1월 7일 세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다. 이어 지난 2020년 9월 25일, 건축도장기능사 시험 합격을 시작으로 같은해 10월 18일 전기기능사 필기 시험에 떡하니 합격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4일 전기기능사 실기시험까지 통과하며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전기기능사 시험은 공고에 재직중인 전공과목 교사들도 어려워하는 시험이다. 신축년 새해가 밝았고 기자는 급기야 4일 강동식 행정실장과 전화 통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늦바람 공부’의 이유를 물었다. 강 사무관은 작년 하반기에 지게차 운전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 전기기능사 등 자격증 3개 취득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이지 않나? 정년퇴직 후 건강한 노후 생활과 사회 일원으로서 무언가 봉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시작했다. 무엇보다 공고에 근무하면서 우리 학생들을 보며 동기부여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나이가 60인데 당연히 어려움 점이 많았을 것이다. 자격증 취득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는지 물어봤다.  

“우선 눈도 어둡고 손이 떨린다. 실기시험같은 경우 어떻게든 되겠지 했는데 막상 해보면 마음과 같지 않았다. 그나마 건축 도장과 지게차 운전은 열심히 연습하면 가능했지만 전기 기능사는 달랐다”

전기기능사 시험의 경우 합격을 위해 수년간 공부해온 사람도 많고, 필기와 실기 합격률이 각각 30% 정도에 불과하다. 강 사무관은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한 번 시작한 거 끝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낮에는 근무하고 집에 와서는 유튜브등을 보면 밤늦게까지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전기기능사 필기 75점, 실기 94점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자격증 취득 늦바람에 휩싸인 강 사무관은 진도교육청, 신안교육청, 압해중학교 등에서 근무했고 지난 2011년 7월 1일자로 사무관으로 임관했다.

전라남도교육연구정보원, 도교육청 예산과 학교인력팀장, 강진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신안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을 거쳐 현재 목포공업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 재직중이다.

강 사무관은 “나이 60에 젊은 사람들과 함께 자격증에 도전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자칫 의기소침해질 수 있었는데 이번 도전을 통해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후배들에게 귀뜸했다. 강 사무관은 가족들의 응원과 축하에 힘입어 신축년 새해 평소 관심이 많았던 ‘조경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새로운 목표로 추가했다.